260개 스타트업이 AI 전환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린 이유
AI Native를 향한 공동의 실험
2026년 4월, 삼일PwC는 액셀러레이터 마크앤컴퍼니와 AI 기반 초소형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가 주목한 현상은 같았다. AI 덕분에 창업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AI를 바탕으로 회사를 키워 가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직 없었다.
삼일PwC는 회계·세무 자문과 BPO, AI 에이전트 기반의 운영 체계 설계를 맡았다. 마크앤컴퍼니는 스타트업의 투자·고용·매출 데이터를 모아 보여 주는 플랫폼 '혁신의숲'으로 기업을 발굴·선발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모집 공고는 창업 연차도, 법인 여부도, AI 역량도 묻지 않았다. 선발된 회사에 약속한 지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 AI Native 컨설팅 : 업무를 진단하고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운영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지원
• Virtual Ops : 회계·자금·급여를 맡는 가상 CFO와 경영지원 업무 대행
• 성장 연계 : 사업화 자문, 대·중견기업 연계, 투자 검토
핵심 인력은 전략과 제품, 고객에 집중하고 반복되는 일은 AI 에이전트와 외부 전문 조직이 맡는 구조를 실제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6월 25일, 선발된 열 개 회사와 킥오프를 열었다.
두 개의 Track
우리는 모집 단계부터 지원 대상을 둘로 나눴다. AI Native 기업으로 가는 길은 회사가 어디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 Track A (Build-up) : MVP를 보유한 1인 창업가와 5인 이하의 최소 핵심 팀
• Track B (Scale-up) : 상용화된 제품을 보유하고 시장 확장을 준비하는 팀
Track A는 처음부터 AI 위에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들이다. 이들과는 AI Native 기업이 자라는 경로 자체를 보여 주고 싶었다. Track B는 제품도 조직도 갖췄지만, 그 조직이 사람을 전제로 짜여 있다. AX가 없으면 매출이 느는 만큼 사람을 계속 늘려야 한다. Track A의 질문이 "처음부터 AI 위에 어떻게 지을까"라면, Track B의 질문은 "이미 굴러가는 회사를 어떻게 AI 위로 옮길까"다.
260개 회사가 보낸 신호
4주 동안 260개 회사가 지원했다. Track A가 152개(58.46%), Track B가 108개(41.54%)였다. 숫자 너머로 두 가지 신호가 읽힌다.
• 투자 단계의 신호 : Track B 지원 기업 중 17개(15.74%)가 시리즈 A 이상의 투자를 받은 회사였다. 이들이 원한 것은 AI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늘리지 않고 성장하는 운영 모델이었다.
• 업종의 신호 : ICT 서비스·플랫폼이 222개로 압도적이었고, 뷰티 같은 브랜드·제품 분야가 10.98%로 뒤를 이었다. 여러 채널에서 상품을 파는 브랜드 기업은 제품보다 운영이 먼저 복잡해진다.
지원한 회사들이 원한 것은 AI를 조금 더 잘 쓰는 법이 아니라 AI를 전제로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AX는 기술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었다.
Track A : 처음 회사들
Track A의 다섯 회사는 모두 대표를 중심으로 소수가 움직이지만, AI와의 거리는 제각각이었다.
• 없던컴퍼니 : 크리에이터 전문 스튜디오. 상품 공급과 물류로 영역을 넓히며 늘어나는 운영을 사람 없이 감당할 방법을 찾는다.
• 시선강도 : AI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제작은 AI로 하지만 트렌드 조사, 영업, 고객 관리는 여전히 대표의 몫이다.
• 애프터워크랩 : SEO·GEO 컨설팅. 여러 AI 에이전트를 상시 운영하는, 참여 기업 중 AI 활용이 가장 앞선 회사다.
• 펄크럼테크놀로지스 : 이커머스 상세페이지 자동 제작. 제품 자체가 AI 위에 서 있고, CS와 AI 비용·유지관리가 과제다.
• 포레 : 저장 애플리케이션 운영. AI가 대표 개인의 도구에서 팀의 운영 체계로 넘어가야 하는 문턱에 서 있다.
출발점은 넓게 퍼져 있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회사의 성장 속도가 결국 대표 한 사람의 시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Track B : 커진 회사들
Track B의 다섯 회사는 무엇을 만들까보다 커진 규모를 어떻게 관리할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 일레븐코퍼레이션 : K-뷰티. 여러 브랜드를 국내외 수십 개 채널에서 팔며, 채널마다 다른 데이터와 정산 기준을 다룬다.
• 글로우서울 : 공간기획과 브랜드. 프로젝트형 공간 사업과 매장형 F&B 사업을 국가별·매장별로 함께 굴린다.
•블렌드엑스 : 광고대행. AI 기반 제품 회사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암묵지 구조화와 하네스 엔지니어링을 과제로 꼽았다.
• 텐핑거스 : 로컬 광고 플랫폼 '데이트팝'. 매장 제휴와 계약 성사의 노하우가 문서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 브랜드지놈 : K-뷰티. 전사 AI 교육 이후 흩어진 도구와 데이터를 하나의 경영 관점으로 모으려 한다.
업종은 달라도 고민의 모양은 닮았다. 매출이 늘수록 채널, 매장, 거래처, 데이터가 늘고, 그것을 관리하는 일은 지금도 사람이 붙잡고 있다.
스텔라 ERP 기반의 AI Native Operation Model 구축
열 개 회사와 함께할 시간은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여정은 네 단계로 나눴다.
• Discovery (7~8월) : 현재 업무를 인터뷰하고 프로세스를 지도로 그려 AI 적용 기회를 찾는 단계
• Design (9~10월) : AI 워크플로를 설계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PoC를 만드는 단계
• Build (11~12월) : PoC를 검증하고 ERP와 내부 시스템에 연결하는 단계
• Open & Run (1~2월) : 실제 운영에 적용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단계
그 사이 기장과 세무 신고, 결산 같은 백오피스는 삼일PwC가 맡고, 회사마다 배정된 PM이 가상 CFO이자 AX 컨설턴트로 동행한다.
AX 프로그램에 백오피스 대행과 가상 CFO 역할을 함께 넣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AI가 들어갈 자리를 찾으려면 회사의 일을 밖에서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그 일을 해 봐야 한다.
• 현장에서의 진단 : 실제 업무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과정에 참여하면, 회사의 문제를 인터뷰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진단할 수 있다.
• 검증된 워크플로의 이식 : 삼일PwC가 이미 구축해 둔 백오피스 워크플로를 옮겨 오면, 회사는 훨씬 낮은 비용으로 고도화된 기능을 쓸 수 있고 AX도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스텔라 ERP와, 그 위에서 AI 에이전트가 운영될 수 있도록 구축한 AgentHub 업무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스텔라 ERP는 MCP 서버를 제공해 AI 에이전트가 ERP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개방형 ERP다. 앞으로 Track A와 Track B 의 필요한 기업에게는 스텔라 ERP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AI Native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실제 운영 환경에 접목했을 때의 효익을 함께 나눌 계획이다.
7월, PM들은 열 개 회사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첫 질문은 AI가 아니었다. 이 회사의 일은 지금 누가, 어떤 순서로, 얼마나 시간을 들여 하고 있는가. 그 답을 알아야 무엇을 AI에게 맡길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믿었다.